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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따라잡기] 대통령 사면권 행사, 국민이 견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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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April 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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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11 04:00 


▲ 조순열 문무 대표변호사


설 명절이 다가오자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특별사면이 있을지가 관심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명절을 앞두고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재벌 총수나 거물 정치인을 포함시켰던 관행이 있었고, 작년 말부터 여권 핵심 인사들의 가석방 주장이 나온 터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인이라고 해서 어떤 특혜를 받는 것은 안 되겠지만, 또 역차별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와 가석방은 제도 자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적인 효과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범죄행위로 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중 석방돼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대한민국 헌법 제79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가석방 제도는 형법 제72조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시행하는 행정처분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사면법에 따라 실시되지만 일정한 요건이 없다. 일반사면은 죄 또는 형의 종류를 정하여 모든 사람에서 적용되는 반면 특별사면은 특정한 자에 대하여 법무부 장관이 사면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대통령에게 상신하여 이루어진다. 가석방은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받고 무기에 있어서는 20년, 유기에 있어서는 형기의 3분의 1을 경과한 후 법무부 장관이 최종 판단하여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재벌 총수나 거물 정치인들에 대한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은 대통령 의중에 따라 결정되어 왔고 법무부 장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 문제를 법무부 장관에게 떠 넘긴다고 해서 국민들의 견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들의 법감정을 무시하고 기업인에게 특별사면을 통해 면죄부를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하여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될 정도로 국민들의 총의가 순식간에 모아질 수 있고, 국민들의 날 선 감시 앞에 성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소한 것도 감추고 덮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마음대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업인들은 검찰에서 기소돼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동안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강력한 양형자료를 통해 선처를 받아 왔고, 사면이나 가석방을 통해 면죄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재벌 총수들에게 잇따라 실형 선고를 내리는 등 엄벌주의로 돌아섰고, 대통령의 특별사면 또한 단 한차례만 실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 기업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제외시킴으로써 ‘닥치고 경제살리기 카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여권 인사들의 기업인 사면이나 가석방에 대한 언급이 잦아지고 있고, 대통령의 기업인들에 대한 역차별 금지 언급이 나오면서 비리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을 회귀시키려는 전초전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비리 기업인이 사면이나 가석방을 통해 석방된 후 경제를 살린 사례는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또 다시 비리를 저지르고 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일이 더 많았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책임은 국가 정책을 수행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지, 비리 기업인이 석방되어 대신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이제 국민들은 ‘경제 살리기’라는 부도난 카드의 신용을 믿지 않는다.

기업인들에 대한 무분별한 사면권 행사에 대하여는 비록 헌법에 성문 규정은 없지만, 헌법의 수호자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엄격한 감시와 통제를 해야 한다. 검찰에서 애써 기소하고 법원에서 엄벌한 자들에게 쉽게 면죄부를 주어 국가의 사법정의를 무너뜨리거나, 국민의 법감정에 어긋나는 사면권 행사로 국가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